물감을 쏟아 버렸다
곱게 물들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그림 앞에 마주 섭니다
가을이면 찾아오는
그리움의 돌덩이 무게
기다림은
그리움이 마파람 되고
삭막한 외로움이
문틈 사이로
새초롬하게 스며드는
싸늘하게 살갗을 스치는 바람이
가슴을 파고드는
가을은 문득 스쳐왔고
잔기침에
잎새 파르르 떨고 있는
나뭇가지 끝자락으로
바람은 쓸쓸히 스쳐 지나갑니다
안귀숙 시인의 <가을바람>
알록달록한 단풍에도 그다지 즐겁지 않고,
묵은 체증이 내려가지 않은 듯 답답합니다.
저마다의 삶의 무게를 알기에
어디 하소연하지도 못한 채
또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무엇이 이토록 마음을 무겁게 하는 걸까...
그 물음에 마음이 더 엉켜버린 가을밤
무심히 스치고 지나가는 갈바람이
가슴의 응어리 하나만이라도
가져가 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