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덴마크에는 ‘휘게’라는 말이 있대
친구랑 걷다 길거리 음식을 먹거나
팝콘 먹으며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일상에서 얻는 기쁨을 일컫는 말이래
그 말을 듣고 왜 반사적으로
할머니가 떠올랐을까
할머니 허리 ‘휘게’ 집안일 한 덕분에
삼시 세끼 먹으며 학교 다니고
할머니 허리 ‘휘게’ 국밥 판 덕분에
늘어나는 사이즈에 맞게 옷 사 입고 신발 사 신고
편의점에서 군것질도 하고
그땐 당연한 건 줄 알았는데
사실 그게 ‘휘게’였던 거지
언젠가부터 그걸 잊고 살았는데
이제 다시 찾으려고 해
조각조각 찾아서
내가 보관하고 있는 할머니 폰으로 전송할게
그 조각들이 할머니 인생에
소소하고 기쁜 쿠키 영상이 되었으면 해
정연철 시인의 <휘게>
가족의 편안한 삶을 위해
허리가 휘고 등이 굽도록 열심히 살던 부모님.
시간이 흘러 그 삶은 우리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안락한 휘게로 향하는 길은 평탄치 않은 고난의 길.
굽이굽이 휘어진 그 인생길이
탄탄대로처럼 펼쳐지는 날이 오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