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8금 작은 몸에 어쩌면 이렇게 큰 사랑이 있을까
그대아침
20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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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는 애정 표현을 잘하는 아이다. 말 못 하는 아기 시절에는 어른들이
“유하야 사랑해~” 하면서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면
한 손을 이마에 착 붙이는 것으로 화답했다.
팔이 짧고 머리가 커서 두 손이 머리 위에서 만나는 하트를 만들 수 없었던 것이다.
세 살 때 언젠가는 안방에서 잠깐 쉬고 나온 나에게 흐물흐물한 실리콘 뚜껑으로 감싸
고무 밴드로 묶은 청포도를 의자 뒤에서 꺼내더니 선물이라며 주었다.
남편 말에 따르면 엄마 나오면 같이 먹을 거라고 숨겨뒀단다.
내가 없던 한 시간 동안 몇 번이나 먹고 싶어 했지만 끝까지 참았다는 것이다.
이 작은 몸에 어쩌면 이렇게 큰 사랑이 들어 있을까.
'더 많이 사랑했다가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나한테 질리면 어떡하지'와 같은 걱정이나 계산,
밀당 없이 앉으나 서나 찰싹 달라붙고, 부모가 눈에 안 보이면 큰 소리로 부르고,
떨어져 있기 싫다고 울고, 밥 먹다가 뜬금없이 팔을 꼭 껴안으며 사랑한다고 말한다.
다섯 살 생일을 맞이해 강원도에 놀러 갔을 때, 유하가 예쁜 나뭇잎을
세 개 주워서 두 개는 자기가 가지고 하나를 나에게 줬다. 잠시 들고 다니다가
손이 불편해서 화장실 휴지통에 버렸는데, 차에서 갑자기 "엄마, 내가 준 잎사귀는?” 하고 묻는 것이다.
"어, 그게 어디 갔지? 없어졌네?" 하며 당황했더니
"엄마랑 나랑 커플이었는데!" 하면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하는 언제나 그랬듯이 결국 나를 용서해줬다.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는 기분이 완전히 풀려서 내 팔을 꼭 껴안고
마스크 위로 뽀뽀를 해주기도 했다.
나는 그 매번의 용서에 나에 대한 유하의 사랑이 포함되어 있음을 안다.
용서도, 사랑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이지수의 <우리는 올록볼록해>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