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깨어나 보니 모처럼 가을 기운이 돌면서 창문에 아침 빛이 찬란하다.
찬란하다는 말을 어디에 써먹어 보랴.
인생의 어느 국면을 이토록 찬란하다고 하겠으며
어느 융성한 왕조의 유산이 그러했겠는가.
이 아침 빛의 찬란을 따라올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말끔하게 닦은 허공에 아침 빛이, 값으로 쳐도 아주 상값은 받게끔 빛난다.
먼 산세마저도 선명하게 가까웠다.
새로운 나의 거처엔 잣나무들이 있어서 간혹 청설모가 잣을 떨어뜨린다.
그것들을 주워다가 돌 위에 놓고 돌로 깨보면
그 속에 벌써 여물어가는 잣들이 가득하다.
다시 그것들을 깨보면 그 안에서 솔향기를 풍기는 씨앗들이 나온다.
입에 넣어보면서 이 기름들이 다 어디서 온 것인가 생각해본다.
땅 속 어디에 기름이 있단 말인가? 저 햇빛 속 어디에 있단 말인가?
바람 속 어디에 그것이 있단 말인가? 그러나 있으니 맺힌 것 아닌가.
그 중 햇빛의 일이 가장 중요했음을 과학자가 아니어도 직감으로 알 만하다.
내 입으로 들어간 것은 찬란한 햇빛의 알갱이들이요, 속삭임들이요,
때론 지난 여름 볕의 불덩어리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들은 늘 햇빛을 지향해가는 존재들이다.
그런 면에서 식물과 다르지 않다.
볕은 존재 그대로 따뜻함이요, 성장한 양분이요, 하나의 꿈이다.
가을볕에 씨앗들을 말리듯이, 또 젖은 이부자리들을 말리듯이
우리 마음도 썩지 않게 다 말려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를 살리는 것이므로.
*장석남의 <사랑하는 것은 모두 멀리 있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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