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빠르게 변한다. 따라가기에 버거울 속도다.
좋게 변하는 것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서 몸을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육신의 몸이 아니라 생각의 몸이다.
버려야 할 것인데 지니고 살면서 그게 무슨 큰 기득권인 듯 착각하는 게 많다.
공짜로 획득한 게 아니라 값을 치렀으니 그럴 법도 하지만,
이미 그 값은 다 얻었다.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예전에는 연구하거나 책을 읽을 때 그 저자의 지식을 내 것으로 옮기는 데에만 집중했다.
내 주장을 논리적으로 혹은 근거를 제시하면서 펼 수 있으니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여겼다. 그게 필요한 시기였고 그런 나이였다.
그 연구와 성찰은 그칠 수 없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내가 거기에 휘둘리는 걸 깨달았다.
보따리가 많을수록 그걸 붙잡고 있었다.
방에 온갖 것 다 들여놓고 쌓으면서 정작 내가 누울 공간조차 없다는 걸 눈치챘다.
그 뒤부터는 읽은 책 가운데 꼭 필요한 것만 머릿속에 들여놓았다.
많이 들여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나니 자유로웠다.
그래서 책 읽는 게 더 즐거워졌다.
버려야 할 보따리부터 점검해볼 일이다.
낡은 생각, 시대착오적인 판단, 편협한 인식, 일방통행의 관계성 등은
아무리 쌓아둬야 쓸모가 없을 뿐 아니라 나를 망가뜨린다. 그걸 나의 추로 삼아서는 안 된다.
난파하는 배에서 가장 늦게 내리거나 끝내 배와 함께 수장되는 사람은 보따리를 많이 실어둔 사람이다.
바람이 자유로운 건 보따리가 없기 때문이다.
혁명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김경집의 <인생의 밑줄>에서 따온 글.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