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공감
나는 자주 아프다. 약한 체질을 타고난 것 같다.
내가 튼 튼한 사람이었다면 나는 분명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굳이 스피노자나 루이스 메를로 퐁티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몸이 정신을 지배한다는 주장이 맞는 듯하다.
사람은 무엇을 하든 결국 몸이 허락한 한계까지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딘가 높이 올라가는 것이든, 무거 운 짐을 지는 것이든,
하루에 수십 명을 만나 협상을 하는 것이든, 몇 고랑의 밭을 가는 것이든
아니면 온 집중력을 다 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든
결국 몸이 허락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는 정신이 정하는 게 아니라
몸이 정하는 것이다.
활발하게 여기저기 글을 올리고,
누군가를 맹렬하게 비난하거나 상찬하고,
사회적인 사건에 열변을 토하는 사람을 볼때 나는 이 사람을
'신념에 가득한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단지 '몸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분노도 열정도 지향도 타협도 계획도 심지어 좌절도
몸이 허락하는 선까지만 할 수 있다.
나는 나의 몸이다.
*시인 심보선의 책 <너에게 시시한 기분은 없다>중에서 따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