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이
- 김금래
가방 속에
우산을 넣었더니
가방은
비좁다고 투덜투덜
귀찮다고 투덜투덜
무겁다고 투덜투덜
저녁에 소나기가 쏟아지니
우산이 말했어
"가방아, 이리 들어와."
/
비가 올지도 몰라 가방에 우산을 넣었다. 아이 비좁아, 아이 귀찮아,
아이 무거워. 투덜투덜, 가방의 불만이 잔뜩 부풀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우산이 얼른 뛰어나와 몸 활짝 열고
"가방아, 들어와." 손잡아 끌었다. 가방은 아마 민망하고 부끄러웠을 게다.
우리는 이럴 때가 없었을까. 왜 없었겠어.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는 걸 봐.
불만, 불평이 돋으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 참으며 살아야지 뭘 어째.
나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투덜대지 말고 살아, 응?'.
(시인 박두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