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공감
나는 오래전부터 한강 변을 걸어왔다.
행주대교나 팔당대교 끝까지도 걸어다닌다.
한강을 따라 걸을 때는 한남대교를 기준으로 주요 루트가 나뉜다.
서쪽 방향으로 걸으면 행주대교, 동쪽 방향으로 가면 팔당대교,
각각 어느 다리를 찍고 오느냐에 따라 다양한 코스가 가능해진다.
시간과 체력이 제법 소요되므로 우리 멤버들 사이에서는
하이킹 한번 가자 싶을 때 하루 날을 잡아서 다 함께 움직인다.
물론 끝까지 가기도 하고 중간 지점까지만 찍고 돌아올 때도 있다.
동쪽 코스와 서쪽 코스 중에서 나는 동쪽을 더 선호한다.
오늘 가볍게 산책해볼까 하면 한남대교 기준으로 잠실대교까지 찍고 온다.
오늘은 좀 더 걷자 싶으면 광진교까지 간다. 이때 아차산 생태공원을 지난다.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색 나뭇잎들을 보며 나무 사이로 걸으면
내가 지금 대도시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잠시나마 잊게 된다.
좀 더 걸어가서 늦은 점심을 먹는 코스도 있다.
올림픽대로의 끝무렵에서 중부고속도로로 이어지는 강일IC를 지나 계속 걸으면
우리 걷기 멤버들이 자주 가는 밥집이 나온다.
마치 시골집에 온 것처럼 푸근하고 정겨운 밥집이다.
아침 8시쯤 출발하면 오후 1시 반경에 도착하는 코스다.
다만 이 맛있는 시골밥을 먹기 위해서는 강일IC를 지나기 전에 이른바
'눈물고개'를 넘어야 한다. 고덕산을 끼고 있어서 경사가 상당히 가팔라지는 길이므로
걷기에 통달한 우리 멤버들도 모두 눈물을 흩뿌리며 올라간다.
올라갈 때는 고되지만 내려올 때의 풍경이 더없이 황홀하다.
강이 유유히 흐르고 눈앞에 짙푸른 녹음이 드넓게 펼쳐진다.
식당에서 국수나 매운탕을 푸지게 먹은 후에 슬쩍 졸기도 하면서
두 시간 정도 더 푹 쉬면 어느덧 저녁이 온다.
혹시 여기서 더 간다면? 물론 갈 수 있다!
그래, 얼렁뚱땅 팔당댐까지 가는 것이다.
물론 이 루트를 선택할 경우 다시 걸어서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들은 여기 까지 가게 되면 술을 한잔하고,
돌아올 차편을 따로 구해서 집으로 간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와 우리 걷기 멤버들의 루트다.
아마 각자 사는 동네와 주로 가는 곳이 다를 것이므로,
각자의 개성과 취향에 따라 자신만의 길과 행보를 만들 수 있다.
당신은 동서남북 어디로도 갈 수 있다.
내가 사는 곳 주변에 내 이름을 붙인 트레킹 코스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누군가 말한 것처럼 '내가 가는 곳이 길이 된다.'
*배우 하정우의 책 <걷는 사람, 하정우> 중에서.
방송 사정상 줄인 내용, 고친 표현이 있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하시고 개인 SNS등에 옮겨가지 말아주세요~